[진해] 원해루(영해루) - 간짜장

진해.. 우연한 기회로 5일간 머물게 되면서, 이번 기회가 아니면 몰랐을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일단, 일제 강점기 일본에 의해서라는 불필요한 수식이 따라야하지만, 1912년 건설되어진 한국 최초의 계획형 도시이다. 거진 한세기가 되어가지만, 아직도 몇몇 건물들은 예전의 모습을 간직해, 도시 곳곳이 역사 속 한 현장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번에 백종원의 3대천왕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된 원해루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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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부터 음식점이었다는 이 건물은 6.25 전쟁 때 중공군 포로였던 장철현씨가 1956년 영해루라는 이름으로 개업을 한 중국 음식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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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대통령과 대만 장제스 총통이 회담을 마치고 식사를 했다는데, 증거 자료는 없어서 허풍이 심한 중국인의 호기로운 msg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회담이 있었던 날짜는 1949년 8월이다. 1991년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2'를 찍은기록은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빈티지스러움이 묻어나는 저 간판은 아쉽게도 가게의 전통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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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해루는 1980년대 초반 진씨 성을 가진 화교가 인수하여 2대째 내려오고 있다. 진씨 일가는 2000년 즈음해서 잠시 중국을 다녀오느라, 다른 사람에게 4년간 식당을 임대해주었는데, 다녀오니 식당 임대주가 바뀌고 식당은 폐업 신고가 된 상태였다고 한다. 그런데 웃긴게, 원래 임대주였던 사람이 진해시 다른 곳에 영해루라는 중국집을 차리고, 특허청에 상호를 등록해서 할 수 없이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원해루'로 이름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한때나마 잠시 주목을 끌었던 짝퉁 영해루는 언제인지 모르게 문을 닫은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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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데 사진찍어대는게 정신없기도 하고, 블로깅을 하려고 사진을 찍은게 아니라서 내부 사진은 없다. 혹시나 사람이 많을까 식당 문여는 시간에 들어갔는데, 딸로 추정되는 덩치 큰 여인이 소리를 빽지르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일본식 가옥구조의 특징을 간직한 내부와 오래묵은 음식냄새가 배어있는듯한 퀴퀴한 공기가, 낡아빠진 장식품과 연식을 알 수 없는 가구들과 함께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리고, 바깥에서는 연신 중국 억양의 고성이 오가고.. 그냥 느낌만으로도 뭔가 맛있고 특별한게 나올거 같은 기대감이 벅차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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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대표메뉴라는 간짜장. 물과 녹말가루를 쓰지 않고, 야채에서 나오는 수분만 이용하여 춘장과 볶아 내서 마를 건자를 써서 건짜장인데 중국 발음으로 '깐', 우리 식으로 '간짜장'이 되었다는 기본에 충실한 짜장이 나왔다. 짭조름한 소스에 아삭아삭한 야채의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는게 일품이다. 계란 물가가 치솟았음에도 계란후라이가 얹혀 나왔는데, 한 5일간 지내면서 보니, 진해 복개천 주위 어느 밥집에 들어가 4-5천원 짜리 백반을 시켜도 계란 후라이가 나왔던게, 뭔가 이곳 지역의 공통된 약속인거 같기도 했다.

2월 중순, 겨울비가 우중충히 내리는 음산한 날씨였는데, 굉장히 만족스럽게 식사를 했다. 스케쥴 때문에 한 번 밖에 방문을 못했지만(덕분에 다른 맛집들도 알게 되었다), 다시 진해를 찾는다면, 이곳부터 찾게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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