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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역하고 펠로우 시작한지 딱 1년이 되었다.

 고작 1년이지만, 1년동안 있었던 일과 고민들을 합하면 레지던트 수련했던 4년보다 더 긴 시간인 것처럼 느껴진다. 펠로우니 논문이야기를 해보자면 시작하고 처음 4개월간은 삼성의료원에서 이대희교수님의 지도로 메타분석을 했는데, 딱히 참고할만한 서적도 없어 밤낮 통계관련한 남의 논문들 읽어보느라 꽤나 고생했다. 혹자는 메타분석이 다른 사람들 연구결과 모아다가 쉽게 쓰는 논문이라 혹평하지만, 다른건 모르겠고 절.대. 쉽게 쓰여지는 논문은 아니라는건 분명하다.

 피땀흘려가며 쓴 여러 메타분석 논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건 무릎의 인공관절 치환술 중에 하나인 Unicompartmental Knee Arthroplasty 에 관한 논문이다. 기존 문헌들을 보면 한국이나 일본 등 동양인에서는 수술하고 재수술하는 이유 중에 가장 많은 이유로, 인공관절 중에 연골 역할을 하는 bearing 이 빠지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서양인에서는 그렇지가 않았는데, 아무래도 바닥생활을 많이 하는 동양인의 생활습관과 연관이 많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연구의 시발점이었다. 하지만, 인공관절 수술 후 재수술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겠으며, 동양인과 서양인을 비교집단으로 하려면 상당히 많은 국가를 포함한 multicenter study가 되어야 할텐데 이러한 study design을 진행하기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메타분석 기법을 통해 최종적으로 25개 study(아시아 10, 서양 15)에서 8,607명의 환자 10,077의 case를 가지고 분석을 했고, level of evidence가 낮은 study들이다 보니 publication bias를 줄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는데만 한달가까이 걸렸었다. 또, 찾다보니 Asian과 Western의 경계선 상에 있는 중동국가들을 어떻게 분류할지에 대해서 한참 고민을 했는데, Turkey, Israel에 있는 정형외과 의사들과도 연락해서 discussion 을 하고, 에디터와도 리비젼하는 과정에서 꽤나 오랫동안 의견을 주고 받았었다. 고령층에선 바닥생활을 많이하고,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교인 터키와 의자생활을 많이하고, 대다수가 유대교인 이스라엘은 무릎을 많이 구부리는(deep flexion) 생활방식에 있어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실제로도 터키 study에서는 bearing dislocation 이 많았고, 이스라엘은 그렇지 않았음), 결국 이 논문에서는 중동국가를 다 빼고 분석을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25개 study지만, 직접 읽고 자료를 정리했던 논문들은 50개는 넘었던것 같다.

 펠로우 초반에는 메타분석에 매진했던 반면, 작년 가을부터는 Deep learning을 이용한 이미지분석을 해보고 싶어, 관련된 전문가를 찾아 무작정 연락해보고, 연구개요를 설명하고 진행하게 된 연구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있다. 작지만 이루어냈던것, 한걸음씩 해나가고 있는 것들 생각해보면 뿌듯하다. 하지만, 생활 자체가 고되고, 의료인으로서,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자식으로서 어느하나 제대로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진짜 회의감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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