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ing/Beer]Tongerlo blond 통겔로(통에를로) 블론드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벨기에 맥주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Tongerlo blond
ABV: 6.00 %
Style: Belgian ale
Brewery: Tongerlo Abbey (Haacht)
좋은 기회가 있어서, bottle cap 이 아닌 코르크로 밀봉된 75cl bottle 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이 맥주는 벨기에 웨스테를로 지방에 있는 Tongerlo 수도원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1914년부터 여러 양조장을 떠돌다가, 1990년 Haacht brewery에서 라이센스를 인수하여 생산하고 있습니다.
수도원에서 생산된 맥주를 애호가들이 인정하고, 선호하는 것은 원료부터 완성된 맥주의 품질까지 quality에 대한 믿음 때문이겠죠. 술은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지만, 사람 사이에 소통을 하는 수단이기도 하기에, 이야깃거리가 깃들여 있는 술이라면 개인적으로 더 궁금하고, 애착이 가게 됩니다.
라벨에 보이는 1130 이라는 숫자는 Tongerlo 수도원의 설립연도 입니다.
라벨부터 cork wire 까지 금색으로 짙은 병 색깔과 함께 투톤을 유지하고 있고, 밀봉된 코르크에는 나뭇잎과 과실의 문양이 새겨져 있어, 디테일한 재미가 있습니다.
상면발효방식 에일(top-fermented ale)이지만, 여기에 더해서 병 안에서 재발효되는 'refermented' 방식을 채택하였습니다.
맥주를 병에 담아 뚜껑을 덮기 전에 sugar와 pure yeast cultures를 첨가하여 warm chamber에 몇 주간 놔둠으로써, 새로운 aroma 향과 훨씬 깊고, 진한 풍미을 내게 한다고 합니다.
재발효 기간을 거친 후, 몇 주간 더 저장고에 놔둔 후에야 비로소 세상 빛을 보게 됩니다.
병 속에서 2차발효를 진행하여 탄산을 점점 녹이고 숙성하는 것도 수도원 맥주에서 자주 발견되는 기법인데,
왠지 놔두면 놔둘 수록 더 깊은 향을 갖게 될까하는 기대를 갖게 하는 코르크입니다.
개봉 후에 코르크를 다시 살펴보니 홉의 문양이었습니다.
Tongerlo 는 Blond 외에도 Prior Tongerlo, Tongerlo Bruin(brown) / Christmas 총 4가지 종류의 맥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Tongerlo Blond 는 2014년 세계 맥주 시상식(World Beer Awards)에서 최고 맥주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이 맥주에 흥미를 갖게 된 계기도, 이것 때문이었는데요, Wold beer awards 는 연 1회 열리는 contest 로, 각 대륙과 맥주 타입에 따라서 전문 심사위원들이 각각의 카테고리에서 상위 3개의 맥주를 뽑고, 이들 전체를 놓고 최고의 맥주를 뽑게 되는데, 700여개의 다른 맥주들을 제치고 우승을 했으니, 맥주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guarantee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시아 권에서는 항상 일본, 호주 쪽이 선정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맥주도 어서 좋은 품평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ㅠ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를 비롯해 독일어 등을 혼용해서 사용하는 나라답게, 여러가지 언어가 쓰여있습니다.
도수는 6도이고, Belgian ale의 풍부한 향을 느끼기 위해 너무 차가운 온도보다는 8도의 온도에서 글라스에 마실 것을 권고 하고 있습니다.
벨기에 수도원 인증 맥주 마크(Bière belge d'Abbaye reconnue)가 보입니다.
트라피스트 에일
에비 에일
벨기에 에일(Belgian ale)은 양조의 주체에 따라 트라피스트 에일(Trapist ale)과 애비 에일(Abbey ale)로 나뉘는데,
애비 에일은 수도원에 기원을 두고 본래의 전통 양조방식을 따왔지만, 상업적 양조장에서 보통 대량 생산되는 맥주 군을 이야기하고, 트라피스트 에일과 대부분의 맛과 향의 특성을 공유하지만 세속화되었다는 이유로 하등 취급 받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애비 에일도 엄연히 수도원에 기인하고, 높은 수준의 인정 기준으로 품질을 보장하기 때문에 단순히 트라피스트 에일에 뒤지지 않거나, 오히려 품평회에서 더 높은 평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애비 에일로 '레페'가 있습니다.
전용잔이 없어 슬픈 시음입니다. 색깔은 조금 진한 금색, 오렌지색을 띱니다. medium white head에 탄산이 계속 올라옵니다.
깊은 홉의 향과 함께 아로마 향과 상큼하고 달콤한 여러 과일, 캬라멜 향도 조금 납니다.
목 넘김은 부드럽지만, 적당한 탄산감으로 청량함도 있습니다. 달달하고 부드럽지만 spicy하고, 뒷 맛은 알싸하고 씁쓸합니다.
여러가지 향과 맛이 혼재되어 있지만, 튀지 않고 잘 균형이 맞은 느낌이고, 일반적인 라거보다 도수가 높지만, 전혀 부담스럽지가 않습니다.
좋은 평을 받는 맥주는 좋은 원료나 깊은 풍미도 중요하지만, 균형이 잘 맞고(balanced), 음용성(drinkable)이 좋아야 한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은 것 같습니다.
다만, 에일 특유의 진한 아로마 향과 씁쓸함이 다소 오래 남아 깔끔한 뒷맛을 선호하는 분에게는 역시나 다가가기 힘들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도 전문 보틀 숍을 중심으로 팔고 있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쯤 시음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