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전남/함평] 화랑식당 - 육회비빔밥

본닥터 2017. 4. 24. 21:40


광주에서 지내면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광주 말고도 차로 꽤 멀지 않은 거리에 갈 수 있는 특색있는 고장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곡성, 화순, 나주 등이 가까이 있고, 무안, 영광 등도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와중에, 특히 광주 공항, 광주 송정역에서 차로 30여분 정도만 확 트인 자연경관을 벗 삼아 달리면 함평을 만날 수가 있다. 예로부터, 산보다는 평야지대가 많고 일조량이 많아 농작물이 잘 자라고, 덩달아 축산업이 발달한 탓에 쌀도 유명하고 한우도 유명한 지역이다. 지금도 함평 5일 시장과 우시장은 100여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열리고 있다(최근 재건사업으로 현대화를 거치긴 했지만). 

함평 전통 5일장과 우시장 근처로는 신선한 육회와 생고기를 맛 볼 수 있는 유서 깊은 식당들이 많은데, 그 중 화랑 식당을 찾았다.

먹거리 X 파일을 통해 착한 식당으로 선정되고, 최근 백종원씨의 3대 천왕을 통해서도 매스컴을 타면서, 평일 낮인데도 줄을 서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다.

매스컴에 육회 비빔밥이 주로 나와서인지, 사람들은 모두 육회 비빔밥을 먹으로 온 듯했다. 2대째, 60년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가게 바로 앞에는 재건 사업으로 형태만 남은 5일장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전통 목재 한옥 구조의 건물들도 보이고, 길게 늘어선 시장 건물의 행렬이 시끌벅적했던 그때 그시절을 잠시나마 상상해 볼 수 있게한다. 

가게 왼편에는 화랑축산이라고 소고기 판매도 했던거 같은데, 지금은 일손이 바쁜지 정육점은 멈추어있다. 한우하면 보통 강원도 지역이 떠오르는데, 이전부터 유서 깊은 한우 유명지역이면서도 왜 굳이 '나비'로 지역특화를 시켰는지 의문이다. 외조부, 외조모 산소가 있어서 자주 함평에 들르긴 하는데, 정말 나비를 흔하게 볼 수 있긴 하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메뉴판- 검색을 해보니, 이 가격은 꽤 오래전부터 변하지 않는것 같다. 낙지 육회 탕탕이도 진짜 먹고 싶었지만, 혼자 온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앉자마자 셋팅되는 찬들- 시원한 동치미도 마음에 들고, 냄새만 맡아도 시큼한 묵은 김치와 겉절이, 그리고 양이 무지막지한 고추장이 나왔다. 혼자 시켰는데 양이 많은게 이유가 있겠거니, 한 입 찍어 먹어보니 역시나 전혀 짜지 않고 깊고, 고소한 향을 느낄 수 있다.

3대 천왕에 소개 될 때 이것만 있어도 밥 한공기 먹겠다고 김준현씨가 했다고 하는데, 선지와 두툼한 차돌박이가 듬뿍 들어간 선짓국이 나왔다. 하긴, 우시장이 바로 옆에 있기도 하고,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들이니, 신선하고 깊은 맛은 보장된 것과 다름 없을 듯 싶다. 광주 송정시장 인근의 특색인 떡갈비 집들도 갈비탕이 나오고, 진주 중앙시장 인근의 진주비빔밥 집들도 선짓국을 내는데, 뭔가 예전부터 재래시장 인근의 후한 인심과 신선한 재료로의 접근성이 이러한 공통적인 전통을 만들었나 추측해 본다.

특으로 시킨 비빔밥이 나왔다. 이제야 비로소 한우비빔밥 한 상이 완성이 되었다. 예전에 진주비빔밥과 관련된 천황식당을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2017/03/08 - [여행] - [진주] 천황식당 - 진주비빔밥, 석쇠불고기

두 식당이 지역은 멀어도 과거에는 놋그릇에 비빔밥을 내었다는 점과 선짓국이 나온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여기도 아쉽게 스테인리스 재질의 그릇에 비빔밥이 담아져 나왔다.

특 사이즈이긴 하지만, 냉면 그릇이라고 할 수 있는 큰 대접에 비빔밥이 올려나왔고, 선짓국도 그에 못지 않게 푸짐한 양을 자랑한다.

부추, 지단, 참깨, 콩나물, 호박, 김가루, 참깨가 어우러져 생김새 만으로도 먹음직스럽다. 밥알은 약간 몽글몽글하고 치덕이는데 참기름이 뿌려져 있고, 따로 토렴은 하지 않은 듯 하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반찬이 있는데, 바로 돼지 비계이다. 푹 쪄내어 기름기가 쪽 빠지고 하얗고 뽀얀 빛깔을 머금은 이 돼지비계는 그냥 먹어도 약간 고소한 맛이 난다. 왜 이게 나왔는지는 밥을 다 먹고 나가면서 알게되었다.

비계 없이 쓱쓱비벼 한 숟갈 해본 후에, 맛있다고 고추장을 많이 넣었더니 약간 간이 과하게 되어 있어 비계를 좀 야무지게 투하했다. 

육회 비빔밥이다 보니, 들어간 육회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데, 신선한 맛은 둘째치고, 일단, 가늘고 얇게 다져넣어 먹다보면 육회가 있는지 없는지 참기름 맛으로 먹는 그런 평번한 집들과 달리, 무심한 듯 썰어내어 이렇게 두툼한 생고기가 입에서 씹히니 식감이 배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정갈하다기 보다는 푸짐하고, 신선한 느낌이 강하다.

윤기가 좔좔흐르는 신선하고 건강하고 푸짐한 육회비빔밥 한 숟가락의 표본!

한참을 정신없이 맛보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이러한 글이 보였다. 한, 두 젓가락이 아니고 세, 네 젓가락을 넣어 먹어도 맛있었다. -_- 미세먼지가 정화되었길 바라며 ㅎ

그리 오랜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바닥을 긁게되었다. 겉절이와 묵은김치가 심심함을 덜어주었고, 선짓국이 깊은 맛을 가미해주었으며, 감칠맛 나는 시원한 동치미 덕에 느끼할 새도 없었던, 전반적인 밸런스가 아주 잘 잡힌 식단이었다.

이전에 먹거리 X 파일에 나왔을 때 받은 간판인듯 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당일 도축한 신선한 재료가 아니었으면 걸지도 않았을 게시글이지만, 그래도 먹고 나오는 사람들 기분 좋아지는 글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함평에 들르면 꼭 한 번 들를만 한 곳.... 인근의 대흥식당을 비롯해서 다른 식당들도 매스컴은 안탔다 뿐이지 훌륭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다음에 한 번 방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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